일본 드럭스토어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8조 엔 벽을 넘어섰다. KOTRA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2024년 일본 드럭스토어 총 매출액은 8조 9,199억 엔(한화 약 84조 원)으로, 전년 대비 6.9% 성장했다. 일본 경제 전반이 저성장 기조에 놓인 상황에서 드럭스토어만은 예외적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성장의 한복판에 K-뷰티 브랜드가 있다.
일본 드럭스토어 시장 현황 — 유통의 왕좌를 차지하다
일본 드럭스토어 시장은 단순한 약국이 아니다. 의약품, 화장품, 일용품, 식품까지 아우르는 복합 리테일 공간으로, 일본 소비자의 일상에 가장 깊숙이 침투한 유통 채널이다. 2024년 기준 카테고리별 매출 구성을 보면, 식품이 2조 9,397억 엔(전체의 33.0%)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의약품·건강식품·화장품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식품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일본 드럭스토어가 이미 편의점·슈퍼마켓과 직접 경쟁하는 '생활 밀착형 유통'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도심형 드럭스토어 — 역세권·번화가 입지. 화장품·의약품 중심 구성. 마츠모토키요시, 아인즈&토르페 등이 대표적. 관광객 수요와 트렌드 민감 소비자를 동시에 포착.
교외형 드럭스토어 — 도로변·주택가 입지. 식품·일용품 비중이 높음. 코스모스약품, 겐키 등이 대표적. 대형 매장, 저가 전략으로 슈퍼마켓 시장을 잠식 중.
가장 주목할 변화는 업계 재편의 가속화다. 2025년, 일본 드럭스토어 업계 1위 쯔루하 홀딩스(ツルハホールディングス)와 2위 웰시아 홀딩스(ウエルシアホールディングス)가 공식 합병을 단행했다. 합병 후 매출 규모는 2조 3,000억 엔에 달하며, 이는 글로벌 드럭스토어 기업 순위 6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본 내 시장 점유율은 약 20%로, 사실상 업계의 가격 결정권과 매대 편성권을 쥐는 '메가 드럭스토어'가 탄생한 것이다.
선례는 이미 있다. 마츠모토키요시와 코코카라파인이 2021년 합병하여 출범한 마츠키요 코코카라(マツキヨココカラ)는 통합 후 3년 만에 약 3,000억 엔의 시너지 효과를 달성했다. 공동 PB 개발, 물류 통합, 매장 포맷 표준화 등이 시너지의 핵심이었다. 쯔루하-웰시아 합병이 이와 같은 궤적을 밟을 경우, 한국 브랜드가 대응해야 할 바잉 파워의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이 될 것이다.
K-뷰티의 일본 드럭스토어 침투 현황
일본 드럭스토어 매대에 한국 브랜드가 이토록 많았던 적은 없다. CNP, 달바(d'Alba), 아누아(Anua), 메디필(Medipeel), 바닐라코(Banila Co), 오호라(Ohora) 등이 마츠키요 코코카라, 쯔루하, 선드럭 등 주요 체인에 입점해 있으며, 특히 스킨케어·클렌징 카테고리에서 가시적인 매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2025년 3월 도쿄에서 개최된 일본 드럭스토어 쇼(Japan Drugstore Show 2025)에서는 한국 기업의 참가가 유독 눈에 띄었다. 전시장 내 K-뷰티 존이 별도로 편성되었고, 한국 OEM/ODM 기업과 일본 벤더사 간 미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는 K-뷰티가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니라 일본 드럭스토어의 정규 카테고리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유통 구조의 이해가 진출 전략의 출발점이다. 일본 드럭스토어 유통은 다층적 구조를 갖는다.
이 구조에서 수입 벤더사(輸入ベンダー)의 역할이 핵심이다. 벤더사는 단순 수입 대행을 넘어 일본 약사법 대응, 성분 표시 번역, PMDA(의약품의료기기총합기구) 규격 적합성 확인, 그리고 드럭스토어 본부 바이어와의 상담까지 일괄 대행한다. 한국 브랜드 입장에서 벤더사는 사실상 '일본 시장의 관문'이다. 초기 진입 시 신뢰할 수 있는 벤더사의 선정이 성패를 좌우한다.
진출 전략 3단계 — 테스트에서 멀티채널까지
일본 드럭스토어 시장은 높은 진입 장벽과 정교한 유통 관행이 공존하는 시장이다. 한국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포지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검증된 일본 수입 벤더사를 통해 3~5개 SKU를 지역 한정 또는 특정 체인에 입점시킨다. 이 단계의 목표는 매출 극대화가 아니라 일본 소비자 반응 데이터 수집과 유통 프로세스 학습이다. 리뷰 분석, 리오더율, 매대 회전율을 집중 모니터링하며, 일본 시장에 맞는 가격대·용량·패키지 디자인 최적화를 진행한다.
Phase 1에서 검증된 제품을 중심으로 일본 현지 법인 또는 공동 합작사를 설립하고, 드럭스토어 본부와의 직접 거래 라인을 구축한다. 동시에 일본 현지 SNS 마케팅(X, Instagram, @cosme)과 인플루언서 캠페인을 본격화한다. 일본 소비자가 신뢰하는 '입소문' 구조를 만들어 매대 바이어의 재발주 확신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메가 드럭스토어 체인과의 PB(프라이빗 브랜드) 또는 독점 SKU 공동 개발에 나선다. 쯔루하-웰시아, 마츠키요 코코카라와 같은 대형 체인은 자체 PB 비중 확대를 전략적으로 추진 중이며, 한국 제조사의 기술력은 이 수요와 정확히 맞물린다. 동시에 드럭스토어 외 채널 — 버라이어티숍, EC(이커머스), 편의점 — 으로 유통을 확장하여 브랜드 인지도를 멀티레이어로 구축한다.
BP+ Global Network 관점 — 크로스보더 뷰티 파이프라인
BP+ Beauty Marketing이 구축한 한국-일본-미국 3국 파이프라인은 이 진출 전략의 실행력을 배가시킨다. BP+의 크로스보더 캠페인 역량은 한국 브랜드가 일본 시장에 진입할 때 가장 부족하기 쉬운 '현지 마케팅 인프라'를 보완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AI 인플루언서 매칭 — 일본 현지 뷰티 인플루언서 DB를 기반으로, 브랜드 카테고리·가격대·타겟 연령과의 적합도를 AI가 분석하여 최적의 인플루언서를 매칭.
3국 동시 캠페인 — 한국에서의 화제성을 일본 SNS로 전이(轉移)시키고, 미국 시장 진출 스토리를 일본 소비자에게 '글로벌 브랜드' 인식으로 전환하는 순환 구조.
드럭스토어 특화 콘텐츠 — 매장 내 POP, 테스터 운영 가이드, @cosme 리뷰 시딩 등 오프라인 유통에 최적화된 마케팅 실행.
특히 BP+가 보유한 약국 기반 뷰티 유통 노하우는 일본 드럭스토어의 DNA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한국 약국과 일본 드럭스토어는 '건강과 뷰티의 교차점'이라는 공통 분모를 공유하며, 이 접점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설계하는 것이 BP+의 고유한 강점이다.
향후 전망 — 3조 엔 메가 드럭스토어 시대와 K-뷰티의 기회
쯔루하-웰시아 합병 법인은 2032 회계연도까지 매출 3조 엔을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2조 3,000억 엔에서 30% 이상의 성장을 9년 내에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성장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라이프 스토어(Life Store)'로의 전환이다. 단순한 약·화장품 판매 공간에서 건강 상담, 뷰티 카운셀링, 식품, 생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종합 생활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변화는 K-뷰티에게 중대한 기회의 창이다. 드럭스토어가 '라이프 스토어'로 확장되면, 기능성 스킨케어·더마코스메틱·이너뷰티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카테고리의 매대 확보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동시에 PB 개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는 한국 OEM/ODM 기업에게도 직접적인 수혜로 이어진다.
8조 9천억 엔 시장은 아직 성장 중이다. 그리고 그 성장의 궤적 위에 K-뷰티가 서 있다. 벤더사를 통한 신중한 진입에서 시작해, PB 공동 개발과 멀티채널 전개로 나아가는 단계적 전략이야말로 이 거대한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포지션을 확보하는 유일한 경로다. 일본 드럭스토어 시장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 K-뷰티 글로벌 전략의 핵심 축이다.